땀방울로 적신 12km, 오늘도 나는 내 삶을 달린다

by 주방 이모


지난 일요일, 극한의 마라톤 10km를 완주했다.
이틀이 지난 오늘, 몸은 아직 무겁고 마음도 살짝 느슨해졌지만 나는 결심했다.

"무조건 12km를 달려보자.
늦은 아침,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입고 가슴에 약속 하나를 품은 채 현관문을 나섰다.


땀방울의 아우성

오늘의 코스는 산 둘레길.
아직 한 바퀴도 돌지 않았는데 눈썹 끝에 고여있던 땀방울이 마치 빗소리처럼 '후드득' 떨어진다.
떨어진 땀이 입술을 타고 들어온다. 짭짤한 맛이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오늘도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예전에 한 코치님이 말했다.
"원형 코스를 달릴 땐 반드시 양쪽 방향으로 번갈아 돌아야 해요. 몸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 말을 기억하며 나는 5바퀴씩 방향을 바꿔 달렸다.


건강할 때 더 단단히

그러던 중 유모차처럼 생긴 보조기구에 의지해 천천히 걷고 있는 한 남성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다짐이 생겼다.

"지금 건강할 때 더 단단히 챙기자. 오늘은 꼭 목표를 완주하자."

모자 속은 마치 터질 듯 땀방울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했고, 뒷목을 타고 흘러내린 땀이 등줄기를 따라 옷자락 속으로 스며들며 자신을 자랑하듯 흔적을 남겼다.
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자 입안은 메마른 논바닥처럼 바짝 말랐다. 물병을 안 챙겨 온 내게 몸이 심통을 부리는 듯했다.


흙에서 나온 모든 것들

다행히 중간지점의 수돗가를 발견했다.
벌컥벌컥 마시고 있으니 지나가던 한 여성분이 "그 물 마셔도 되나요?" 하는 눈빛으로 슬쩍 쳐다보고 지나간다.
산 중턱의 수돗가, 나는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믿는다.

어차피 땀도, 먼지도, 나도 다 흙에서 나온 것이니까.


작은 생명체와의 동행

달리기의 기본자세는 가슴을 펴고, 앞사람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자꾸 발밑을 바라보게 된다. 작은 생명체를 밟을까 조심스레 발끝에 눈을 얹으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딘다.

1시간 50분의 성취

12km, 성공.

온몸은 지쳤고 나는 본능처럼 앉을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저 모퉁이만 돌면 벤치가 있었지..."

예상대로였다. 벤치는 비어 있었다. 마치 목표를 해낸 나를 기다렸다는 듯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들꽃들이 환하게 반겨준다. 벤치에 앉자 시원한 바람이 콧등을 스치며 땀을 식혀준다. 바람은 마치 안개처럼 살포시 내려앉아 춤을 추듯 지나간다.

"아, 행복하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

다시 오지 않을 오늘. 오늘 이 찬란한 순간이 고맙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근육질의 남성이 무겁게 숨을 몰아쉬며 지나간다.

그 숨소리마저 세상을 향한 의지처럼 들려온다.

밀알 같은 성공들

오늘 하루의 일들도 이 달리기처럼 하나씩 완주하자.
작은 일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기지 않기로 했다.
밀알처럼 작은 성공들이 모여 큰 결실이 되는 법.
작은 일을 하찮게 여기지 않기로 내 안에서 또 한 번 다짐해 본다.


*주방이모의 한 줄*
오늘의 땀방울이 내일의 내 삶을 달라지게 한다. 나는 오늘도, 내 삶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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