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도 다시 시작합니다
7월, 식당을 정리하면서 혼자 이사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이삿짐 센터를 부르면 편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제 힘으로 해야 했습니다.
이사 비용을 아끼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이 짐과 함께 버려지는 것 같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집을 늦게 구해 일주일 동안
혼자 짐을 나르고 정리하며
매일같이 집과 새집을 오갔습니다.
수요일에서야 겨우 짐을 모두 옮겼고,
오늘에서야 비로소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집다운 집'이 되었습니다.
살던 집의 모든 짐을 빼고
바닥에 흩어진 나의 흔적들을 쓸어 담는데
가슴이 이상하게 울컥했습니다.
"이곳보다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가면
기분 좋을 텐데…"
지나온 세월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을 쓸어주며
스담스담 속으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잘 살았다."
내 삶의 한 페이지를 따뜻하게 감싸준 보금자리에
고마움이 밀려왔습니다.
짐을 옮기기 위해 이삿짐 기사들이 도착했습니다.
무거운 박스를 바삐 들고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는
"차가운 겨울 얼굴에 시린 땀이
깊게 패인 주름 사이로 고여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60년을 몸으로 살아낸 사람으로서
그 무게가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사다리차로 이사를 했더라면
이런 수고로움이 없을 텐데…"
고맙고,미안한 마음에 얼른 편의점으로 뛰어가
차가운 커피를 사 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조용히 그분들 옆에 밀어두었습니다.
"고생 많으세요."
그 말 붙이기가 왜 이리 어렵던지요.
이삿짐을 모두 용달차에 싣고
새집에 도착한 기사님이
집 안을 둘러보시더니 깜짝 놀라셨습니다.
"이 많은 짐을 어떻게 옮기셨어요?
차로 옮기셨나요?"
"아뇨, 케리어로 일주일 동안 옮겼어요."
제 얼굴을 다시 쳐다보시더니
조심스럽게 물으셨습니다.
"혹시 몇 살이세요?"
"64살요."
"헉— 여자 맞으세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별종이시네요"라고 하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습니다.
그 순간이 왜 인지 참 좋았습니다.
드디어 짐 정리가 끝난 오늘,
왠지 모르게 가슴이 홀가분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두세 번은 더 이사를 해야겠구나.
그러려면 더 비워야겠다.'
살면서 쌓아 둔 것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버리지 못한 마음들도 이렇게 많았구나.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먼 여행을 떠나면
이 많은 짐이 아이들에게 짐이 되겠구나…'
그 생각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더 비우고,
더 가볍고,
더 단단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새 집에서는
우리 냥이가 제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 주는 듯합니다.
그 모습이 또 얼마나 고맙던지요.
또 한 번의 이사를 끝내며
또 한 번 크게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더 가볍게,
더 자유롭게,
그리고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제 삶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저는 오늘도 다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