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옷쟁이, 수선으로 깨달은 인생의 의미
"이 옷, 예쁘게 만들어 주세요"
"이 옷 살려 주세요"
40년 넘는 세월 동안 많이 들었던 말이다. 해진 소매, 유행이 지나 입기 민망해진 코트,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깃들었으나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뜯어진 원단들. 나는 40년 속에 옷을 만드는 일과 '죽어가는 옷'들을 내 손끝으로 다시 살려내는 일, 즉 수선을 해왔다.
바늘귀에 실을 꿴 지 어느덧 40년. 내 손마디는 투박해졌고 시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원단을 만지는 감각만큼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런데 문득, 예순 중반의 나이에 거울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40년을 옷에 쏟아부었는데, 정작 내 인생의 해진 구석은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40년의 옷쟁이 경험이 있었기에, 수선이 의미가 있었다. 수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낡은 것도 버리지 않고 다시 살린다'는 철학이자, '정성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이다.
수선의 시작은 바느질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잘못된 부분을 과감하게 '뜯어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촘촘하게 박힌 실밥을 쪽가위로 조심스럽게 끊어내다 보면, 옷의 원래 구조가 드러난다. 내 인생도 그랬다. 65세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내 삶에 덧대어진 고정관념의 실밥들을 하나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이 나이에 무슨 인플루언서야', '주방 이모가 무슨 글을 써'라며 나를 옭아맸던 타인의 시선과 스스로 만든 한계들. 그 묵은 실밥들을 뜯어내고 나니, 비로소 내가 진짜 원하던 '나'라는 원단이 그 본모습을 드러냈다.
수선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낡았다고 버리는 대신, 정성을 들여 다시 입겠다는 '애정'의 표현이다. 나는 이제 그 애정을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쏟아부으려 한다.
바느질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을 맞추는 것이다. 결이 어긋나면 겉보기엔 멀쩡해도 옷을 입었을 때 불편하고 뒤틀린다. 지난 10년, 주방 일하며 뜨거운 열기 속에서 그릇을 닦고 음식을 내며 배운 것도 결국 '간'과 '결'이었다. 서두른다고 맛이 나는 게 아니듯, 인생도 제때를 기다려야 깊은 맛이 우러난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나는 브런치라는 하얀 원단 위에, 내가 살아온 60여 년의 지혜를 한 땀 한 땀 박아 넣으려 한다. 40년 옷쟁이로 단련된 인내심과 10년 주방 일로 다져진 성실함, 그리고 수선에서 배운 '정성'이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 시리즈의 제목을 [인생 수선]이라 지은 이유는 명확하다. 내 삶을 스스로 고쳐 쓰는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나와 같은 길을 걷는 혹은 길을 잃은 누군가에게 작은 바늘귀의 구멍만큼이라도 빛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인생이라는 옷은 입다 보면 누구나 미어지고 터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커다란 구멍이 나서 버리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시라. 여기 40년 경력의 옷쟁이가 말한다. 정성만 있다면, 수선하지 못할 인생은 없다고.
앞으로 매주 목요일 오전 7시, 나는 내 인생의 해진 구석을 어떻게 기워냈는지, 유행 지난 슬픔을 어떻게 세련된 기쁨으로 리폼했는지 들려주려 한다. 낡은 옷을 수선해 다시 입을 때의 그 개운하고 든든한 기분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다.
오늘, 당신의 인생에서 수선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요? 이제 저와 함께 바늘을 들어보시겠습니까? 댓글로 당신의 수선 이야기를 나누어주세요. 함께 기워나가겠습니다.
주방이모 정혜원은
오늘도 세상을 배우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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