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봄은 늘 성급하다. 꽃망울이 피었다 싶으면 금세 지고, 여름의 뜨거움이 밀려온다.
가을은 금세 지나가 버리고, 겨울은 유난히 오래 머문다.
계절은 내 감정과는 상관없이, 제 속도를 지켜간다.
나는 종종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아쉬웠다.
봄꽃을 오래 보고 싶었는데 이미 져버렸고,
가을의 공기를 더 느끼고 싶은데 벌써 찬바람이 불어왔다.
계절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계절이 빠른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시간이 달라진 것뿐이라는 걸.
붙잡을 수 없으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봄에 피는 꽃은 그 순간에만 볼 수 있고, 겨울의 눈은 그때만 내린다. 그러니 나는 그 순간을 최대한 깊게 들이마신다.
계절은 여전히 기다려주지 않지만, 나는 이제 계절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계절이 와준 순간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