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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지만 보지 못한 것들

'작은 그림이 열어준 창'

by 투망고
KakaoTalk_20250803_001129088_04.jpg 김강유의 '가족' / 미술이야기



현관 중문에 붙어 있던 그림 한 장.
둘째 아들이 1~2년 전쯤 그린 가족 그림이다.

매일 오가며 보던 그림이었는데, 그날따라 눈길이 멈췄다.
그리고 그제야 보였다.

엄마 옷에 적힌 ‘이야기’라는 글씨가.
'미술이야기' 로고가 쓰여 있는 미술학원 앞치마에 새겨진 글자였다.

왜 매일 보면서도 몰랐을까.


아이의 눈에는, 나는 늘 그 앞치마를 입고 있는 엄마였구나.
그림을 보니, 아이가 기억 속 ‘엄마’를 세심히 그려놓은 흔적이 읽혔다.

가족 그림을 찬찬히 다시 보았다.

아빠와 형은 단순하게 그려졌는데, 엄마만 체크무늬 옷에 글씨까지.
그리고 맨 오른쪽 ‘나’라고 쓰인 자기 모습 옆에는 좋아하는 '아이셔'가 있다.


네 명 모두 웃는 얼굴.
균등하게 서 있는 가족.
아이의 눈에 비친 우리 가족은 안정적이다. 서투른 엄마 아빠와의 관계 때문에 아이가 안정감을 갖지 못했을까 늘 염려가 되었었는데 그렇게 표현한 아이의 마음이 더 궁금해진다.

가족화 검사를 떠올리며 다시 보니,

이 그림 안에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엄마를 가장 세심히 표현한 애착,
자신을 ‘나’로 또렷하게 표기한 자아인식,
그리고 웃는 얼굴 속에서 느껴지는 가족에 대한 안정감… 아니면 바람.


매일 보지만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매일 보지만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림 한 장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었다.
그리고 그 창을 통해, 아이의 눈으로 우리 가족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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