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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다는게 대단한 일이었군요!"

by 투망고

은퇴한 어머니께 평소 관심있으셨던 그림을 그리게 해주싶다며 상담전화가 왔다.

수강료는 본인이 입금할테니 어머님이 물어보시면 처리 다 됐다고만 말해달라며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에 따뜻한 며느님의 마음이 전해져 나도 첫수업을 설레이며 기다릴수 있었다.


드디어 첫 시간,

은퇴하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며 시간을 죽이기위해 그림을 그리러 오셨다는 솔직한 대답에 그간 얼마나 진심과 열정으로 삶을 살아내셨는지 짐작할수 있었다.

특별히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도 모르지만 뭐라도 가르쳐주시는대로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에 기본 연필에 대한 감을 익힐겸 선연습부터 시작해 나갔다.

사각사각---

"선 하나 긋는게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될줄 몰랐어요."

"내가 생각보다 성격이 급하며 잘하고 싶은 의지가 이렇게까지 있었는지 몰랐어요."

"어쩜 연필소리가 이렇게 좋지요."

"선 하나를 긋는데 힘이 들어갔다 뺐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그림을 그린다는게 대단한 일 이었군요!"


마치 인생얘기를 하듯 선을 그으시는 회원님의 이야기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선배의 위로처럼 들려왔다. 예술의 행위자체가 주는 사색이 있다. 그것을 첫시간에 맛보게 되신 회원님을 통해

'오늘을 살아낸다는게 대단한 일이었군요!' 조용히 스스로 말을 건냈다.


스몰토크: 알고보니 며느님이 아닌 따님이셨다는. 그런 따님을 두셨다는게 보통 분은 아니지.

"그림을 그린다는게 대단한 일이었군요!"

그림을 그린다는게 대단한 일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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