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호빵, ist halt so. (그냥 그런거야)
내가 돌보고 있는 4살 펠릭스와 6살 루카스와의 의사소통은 생각보다 애를 먹진 않았다. 아마 아이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이 한정적이기 때문일 거다.
물론 이제 막 독일어로 말문을 트기 시작한 나와, 하루 종일 쫑알쫑알 독일어로 떠드는 아이들의 실력이 같을 리는 없었다. 특히 루카스 녀석은 나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오, 호빵. ‘피라테’가 아니야.”
“피라르르테라고 해야 해.”
“코코아? 그 단어 한 번만 더 말해 봐. 진짜 웃기다.
우리는 카카오라고 해.”
그는 특히 두 가지 이유로 나를 웃기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내가 말할 때 억양이 없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수시로 알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점이었다.
독일어의 억양은 마치 우리말의 띄어쓰기처럼 중요하다. 내가 밋밋하게 말하면, 그들은 마치 “아버지가방에 들어가신다”처럼 어디까지가 단어인지 잠시 멈춰 생각해야 했던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루카스는 정색하고 열심히 내 억양을 고쳐줬다.
또 나는 대화 중에 “응, 그래, 맞아, 알겠어” 같은 추임새를 자주 넣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는데, 그들에게는 그런 행동이 다소 생소했던 듯하다. 어느 날 새미도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대화할 때 다 그렇게 반응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겠지만, 동시에 ’왜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거지?’라는 의문도 들었던 것 같다. 내겐 너무 익숙한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꽤 신기하고 낯설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두 꼬마 선생님들의 코치를 받으며, 나의 독일어 실력도 조금씩 늘어갔다.
어느 날은 루카스와 단둘이 버스를 타고 가던 길이었다. 감기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감염’이라는 뜻의 단어
anstecken을 이해하지 못해 그에게 물었다.
“Anstecken? 이게 무슨 말이야? 이건 내가 공부를 못했네,“
루카스는 곧바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잘 들어봐, 너랑 나랑 한 방에 있어. 근데 내가 기침을 했어. 그랬더니 네가 감기에 걸렸어. 그걸 anstecken이라고 해.”
오, 이런 쉬운 설명이 있을까. 그것도 6살짜리가?
나는 루카스에게 진심으로 독일어를 배웠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내 끊임없는 호기심과 질문에 지친 루카스는 점점 귀찮아졌는지 이제는 대부분의 질문에 단 한 마디로 대답했다.
“오, 호빵… ist halt so.”
그냥 그런 거야. 그냥 받아들여.
그래, 세상은 그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