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정의할 수 있는가

정의란 무엇인가

by 이호재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과거엔 그러했다.

지금의 나는 답하지 못한다.


망설임 없이 답하던 시절의 답변은 이렇다.

정의란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도리, 사람이라면 누구나 끄덕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


그러나 내가 정의라고 생각했던 것의 이면을 보았고, 들었고, 느꼈다.

누군가에겐 정의로운 행동이 누군가에겐 불의한 행동이라는 것을 안 나는, 다시 묻게 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각자가 살아온, 살아갈,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정의를 정의(定義)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나는 정의의 기준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수가 옳다고 믿는 정의가 곧 기준이 된다.


물론 그 다수는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감정에 휩쓸리고, 침묵하고, 편향되고, 배제하고, 방향을 잃는다.


그런데도 사회는 다수의 합의에 따라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사회 안에 정의가 존재한다.


우리는 어떤 다수가 될 것인가를 선택한다.

우리는 때로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다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튀지 않기 위해 내린 판단들,

비난받지 않기 위해 삼킨 의문들.


고개를 끄덕이는 쪽이 안전해 보일 때

우리는 질문보다 동의를 택한다.


그렇게 반복된 선택은 하나의 기준이 되고,

그 기준은 ‘정의’라는 이름을 얻는다.


나는 다수에 동조하는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가 되는 일은 두렵고, 다른 방향으로 서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다수의 시선이 조금은 더 약자 쪽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다수가 만들어내는 기준이

약자를 배제하는 기준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는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이런 다수가 만들어가는 정의라면,

기쁜 마음으로 그 안에 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