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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다 말고 도장 찍은 날

by 나믿


오늘 반차를 쓰고 나왔다.

무료 이혼 상담을 받기 위해.


그러다 갑자기 아니다!

그냥 오늘 바로 이혼하자.

라는 결론이 섰다.


오늘이 아니면 또 이차저차

미뤄버릴 것 같았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인생인데

자꾸만 무기한 연기될 것 같았다.


다음 주부터 또 바쁜데.

나 언제 이혼하지.


“어디야?”

“응, 마트. 지금 장 보고 있는데”


“미안한데 장 마무리하고 우리 이혼하러 가자”

“응? 알았어. 얼른 계산하고 나갈게 “


우리는 오늘 이렇게 장 보다 말고

불현듯 이혼했다.


사실 마음의 정리도 협의도

모든 게 끝나 있었다.


단지 이혼할 타이밍이 필요했을 뿐.

결혼도 타이밍, 이혼도 타이밍이었네.


오늘, 이혼하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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