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년초 털가시

by 김혜련

백년초 털가시


김혜련


야윈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가는

한 젓가락의 가느다란 바람에도

내 손바닥에선 진도9의 지진이 발생한다


9월 초 전입신고조차 없이 내 발바닥에 무단 입주한 지간신경종으로

시도 때도 없이 전기 자극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나를 위해

오래 묵은 지인이 처방해 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써보라는

만병통치약 백년초 식초

나이 들수록 귀가 얇아진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주도 월령리를 뒤져

싱싱하고 푸릇푸릇한 백년초 10kg을 공수해왔다


깊은 밤 어둠도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부는 것일까

자정을 넘기고 새벽이 발꿈치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올 때까지

세 겹의 장갑을 끼고 백년초 몸에 메스를 꽂는 광기의 작업을 했다

온몸을 털가시로 무장하고 공격해오는 그들이 어쩌면

시퍼런 비수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시린 이마를 꼬집고 지나가는

한 숟가락의 가냘픈 가을비에도

내 손바닥에선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