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젓
김혜련
가을이 검붉은 포도 알처럼
영글어 갈 무렵
너는 잘 익은 성정으로
밤새워 긴 편지를 쓴다
푸젓, 백하젓, 곤쟁이젓,
오젓, 육젓, 차젓, 동젓
이렇게 많은 형제자매들 중
너를 최고라고 인정해 주는
부모님의 사랑이 눈물겨워
성장을 넘어 성숙
성숙을 넘어 발효를 거듭하며
오지항아리 바깥쪽에
하얀 안개꽃을 무더기로 피우는구나
허리띠를 풀고 달려오는
사랑이라는 짭짤한 말
감칠맛으로 입을 열어
누군가에게는 음식이 아니라
보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