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방광
김혜련
세월이 할퀸 곳마다
노화라는 꽃이 핀다
수명을 다한 검정 비닐봉지는
가벼운 몸집 덕분에 하늘로 날아올라
금기의 자유를 만끽하다가도
재활용 분리수거함으로 어김없이
귀가하여 제2의 삶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단 나는
세월의 손톱자국을 끝내 비켜가지 못하고
주름살이 출렁다리가 되어 이마를 관통하고
무릎에서 때 이른 소울음소리가 들리고
눈앞이 뿌옇게 다가와 안개와
절친을 맺은 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도 노화라는 슬픈 손수건 곱게 다려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의연한척했건만
방광 너조차 노화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비뇨기과 전문의 이 박사의 일침은
가슴팍에 수천 개의 피뢰침이 되어 아찔하게 박힌다
세월이 쌓인 곳마다
노화라는 꽃이 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