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방지턱
김혜련
재처럼 터벅터벅 쌓이던 시간이
유난히 부담스럽던 그 해 여름밤
사랑에도 과속방지턱이 필요하다고
그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지요
그래서 순진하기만 한 나는
사랑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를
말도 안 되는 법정 규정 속도 30km를
꼬박꼬박 지키며 숨고르기를 했지요
툭 까놓고 말해 매번 법정 규정 속도 지키기가
현실 속에서는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았지요
내게 올인할 것 같았던 그녀의 눈빛은 흔들릴 때가 많았고
내 가슴 속에 숨겨둔 서스펜션은
내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수시로 충격에 노출되어
쇼바가 터지고 찌그덕거리는 비명으로 비린내가 났지요
누가 사랑에도 과속방지턱이 필요하다고
무책임하게 달콤하게 지껄였나요
사랑을 인지하던 내 유일한 신체기관인
안개등, 전조등마저 내 몸 밖으로 흘러나갔지요
입을 꾹 다물고 돌아누워 있는 시간이
유난히 무겁던 그 해 늦여름 밤
노후화된 사랑은 수리비가 비싸 폐차하는 게 낫다고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