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챗봇
김혜련
허리띠를 풀어놓은 채 졸고 있는
온갖 종류의 잡념을 달래어 퇴근시키고
새벽 0시 AI챗봇이 출근한다
시간이 시간을 주무르고
어둠이 어둠을 질겅거리는
이 게걸스러운 깊은 새벽
사람들은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하는
감정 노동에 혹사당하기 싫어한다
고객이 던진 송곳 같은 한 마디 불만에도
목젖이 붉게 상기되어 상처받는
감정노동자 상담원을 대신하여
언제부턴가 AI챗봇이 야간 휴식 없이 근무한다
아직 그들만의 노동조합이 없어
너무나도 정당한 휴식 시간조차 요구할 수 없다
오전 내내 연수받은 암호 같기만 한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내며
이 깊은 새벽 무수히 많은 진상고객들과
소통을 모방한 대화를 나눈다
하루치의 피곤을 밤잠으로 보상받아
배터리 충전을 마치고 엷게 화장한
오전 9시 감정노동자 상담원이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