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름잎꽃

by 김혜련

주름잎꽃


김혜련


봄날 오후 세월을 세탁하여

빨랫줄에 널다가

문득 하늘 대신

땅바닥을 보았어요


살굿빛 스무 살

그 눈부신 나이에

가난을 코에 걸고 사는

김 씨 문중으로 시집 와

한 달에 한 번 연탄재로

놋그릇제기를 닦아내듯

거친 세월을 닦으셨다네요


지난 세월

그 곱던 손에

물 마를 날 없었고

이제 무르팍에 물이 차고

바람소리가 들린다 하시네요


자줏빛 앞치마에도

결코 다림질할 수 없는 주름살이

마른 고사리처럼 칼끝처럼

단호하게 터를 잡았다 하시네요


세탁할 세월이 너무 많아

공연히 콧등이 맵고

목젖이 젖어오는데

땅바닥에 주저앉은 어머니를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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