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칸나

by 김혜련

칸나

김혜련

햇빛의 심장이 불가마 입구처럼 끓어오르는 여름

아직 덜 끓은 햇볕 몇 점을 누가 볼세라

몰래 검은 색 백팩에 소중히 넣어

순천만국가정원 네덜란드 정원을 돌아 나오는데

붉은 원피스를 입고 초록 스타킹을 신은 그 여자

내 손목을 뜨겁게 잡고 어느새 달변가로 변하네

밥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처럼

사랑은 날마다 해도 설레지 않나요

6월부터 10월까지 날마다 붉은 원피스를 입고 춤추는

저희들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에는

사랑이 숨 쉬고 있음을

설렘이 숨어 있음을 말 안 해도

저희들은 다 알고 있어요

여름은 길고도 폭력적이기까지 하지만

빨갛게 익어가는 사랑 속에 발 담그고 있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고 땀 냄새조차 향기롭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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