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근심 먹는 은행나무

by 김혜련

근심 먹는 은행나무


김혜련


순천만국가정원 나무도감원에 가본 적 있나요

그곳에 가면 진짜로

당신 마음속에 실시간으로 자라고 있는

붉디붉은 쇠심줄보다 질긴 근심도

단 몇 분이면 감쪽같이 먹어치

먹방계의 신 스틸러

근심 먹는 은행나무 부부가

당신의 처진 입꼬리를 한껏 올려 줄 거예요


오랫동안 순천 향동에 뿌리내리고 살다가

이곳으로 전입신고를 한 지 어언 십 년

두 아내와 함께 백 년 넘게 살아온 일부다처제 가장이지만

가정불화, 부부 갈등, 자녀 문제 모두 장맛비로 씻어내고

심지어 평생 한 번 겪기도 힘든 벼락을 두 번이나 맞고도

서로에 대한 믿음 하나로 금슬을 키워온 한 몸의 부부라오


백 살이 넘은 은행나무 세 그루 한 몸처럼

주식인 근심을 나누어 먹는 곳

반찬 삼아 정담을 나누며 사랑을 키우는 곳

그 근심 먹는 은행나무 부부를 꼭 만나고 오세요

당신의 입꼬리는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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