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지다 재발견
김혜련
유월 초순인데 벌써 더위 때문에
이성(理性)이 졸아드는 초침 소리가 뜨겁다
가난한 소작농의 맏딸로
이 세상에 떨궈진 어린 나를 보며
동네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어린애 얼굴에 그늘이 졌어
짙은 그늘이 졌어 쯧쯧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 각인된
쇠심줄보다 질긴 그늘의 부정적 이미지
지우고 싶고 감추고 싶고
파쇄하고 싶었던 그늘
이제 쉰 고개 중턱을 넘어가는 나
삼십 도를 웃도는 이른 더위에
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섬광처럼 달려드는 깨달음 앞에
가던 길 멈추고 박수를 친다
그늘이 이렇게 아름답고
그늘이 이렇게 고맙고
그늘이 이렇게 시원하고
그늘이 이렇게 값진 휴식처라는
뒤늦은 깨달음이 감동을 변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