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이 되지 않아
김혜련
피곤이 붉은 색 돌덩이가 되어
단단해지는 해 질 무렵
스크린이 열리고
그리움에 배고픈 내 손가락은
오늘도 어김없이
휴대폰 바탕화면 위에서
겁먹은 곡예사가 된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 퀵보이스로 연결되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말기 암에 몸을 맡긴 홀몸인 그 사람
벌써 한 달째 연결이 되지 않는다
밤안개가 내려앉은 도시 회색 빛 아파트에는
여전히 층간소음이 청포도처럼 주렁주렁 열리고
시간외 근무 중인 세탁기의 불평 소리 소란한데
그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는
암보험 광고에 속사포 랩을 쏟아내는데
그 사람은 내 애간장을
졸였다가 태웠다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