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슬픔의 뒤축

by 김혜련

슬픔의 뒤축


김혜련


목적지가 불분명한 찬바람이

아직도 매섭게 부는

2월 어느 새벽 같은 아침

폭군의 마지막처럼 꼬장부리는

겨울의 뒤태를 애써 외면하며

발이 떨어지지 않는 출근을 서두르네


신발장 안에서 어젯밤도

불면으로 뒤척였을 내 구두를 깨워

출근하자고 달래는데

뒤축이 다 닳은 구두가

느닷없이 눈물을 보이고 마네

훌쩍거림을 넘어서서

급기야 통곡의 바다로 출렁이네


참 당혹스런 일이었지만

나는 왜냐고 묻지 않았네

남편과도 못해 본 백허그를

뒤축 닳은 구두와 하며

지각할지도 모른다는 아니

지각하면 찍힐지도 모른다는

날선 불안감을 내려놓고

오래오래 하나 되어 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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