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다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김혜련

바다는 무엇으로 사는가


김혜련


겨울의 손찌검이 남긴 피멍을

한나절 이상 공들여 마사지해 봐도

가슴에 물결친 검붉은 피멍은

좀처럼 가시지 않네


이런 날이면 나는 식음을 전폐하고

바다로 달려가네 지난 밤

뚝배기와 한 몸 되어 끓고 있는 삼계탕처럼

땀내 나는 고뇌와 우울을

저 바다는 모두 수용해 줄 것만 같은

내 절박함과 이기심에 눈멀어

맨발의 나는 살려 달라 절규하네


여느 때처럼 가슴 넓은 바다는

오늘 유난히 검푸른 입술로

자기 배를 가리키며 소리부터 들으라 하네

꼬르륵 꼬르륵 파르락 파르락 꼬르륵

오늘은 동트기 전부터 어둠이 걸어오는 이 시각까지

내담자가 많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공복 상태니

부디 저녁 한 술 뜨고 상담하자 하네


잠시 후

바다는 하루해를 마시고

긴 트림을 하며

얼굴 붉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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