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 상전

by 김혜련

개 상전


김혜련


맨발에 걸려 넘어진 겨울바람이

타박상을 입고 투덜거리는

12월의 오후 2시 40분

낙안에서 밥집을 하는 아내의

붉은 팥알 같은 전화 목소리가

오늘도 어김없이

시린 내 귓바퀴를 더 시린

메아리로 메아리치게 한다

“우리 소망이 밥 먹였어?”

“우리 소망이 산책시켰어?”

명퇴 후 가사일을 전담하며

주눅 든 마른 풀처럼 살고 있는

남편인 나는 방금 전까지 빨래를 널고

거실을 닦느라 점심의 점도 못 찍었건만

그 흔한 점심 먹었냐는 말 한 마디

묻지 않는 아내의 팥알 같은 숨소리가

직장상사의 숨소리처럼 금속성을 닮았다

우리 집 상전 소망이는

지금 오수(午睡)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시> 수크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