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물의 역설

by 김혜련

눈물의 역설


김혜련


달빛을 욕심껏 베어 물고

오늘밤도 비가 내립니다


섬거리 교원사택 105호실

발바닥 닿는 곳마다

발자국이 선명한 판화로 찍힐 만큼

미끄러지듯 습(濕)이 흘러 다닙니다


슬픔과 무관한 눈물이

창밖의 밤비와 경쟁하며 흐릅니다

눈치 없이 찾아오는 눈물 때문에

외로운 자취생인 나는 밀린

책도 볼 수 없고 컴퓨터 작업도 못합니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눈물 흘리며 찾아간 햇빛안과

안밝은 원장님은 특유의 까칠한 어조로

“안구건조증이네요. 그것도 아주 지독한 …….”


물난리 난 논바닥처럼 눈물이 흥건한데

안구건조증이니 인공눈물을 들이부어라 합니다

이거야말로 기막힌 눈물의 역설입니다


달빛을 통째로 집어삼킨

새벽에도 비는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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