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씀바귀

by 김혜련

씀바귀


김혜련


발끝까지 내려온 무거운 하늘을 등에 업고

긴 겨울을 건너온 아직도 눈 내리는 봄날

사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동안 살아온 경험으로

사는 건 이 악물고 견뎌야 하는

인내의 과정이란 것쯤을 깨달을 무렵

씀바귀 그 사람을 만났다


얼어붙은 땅속에 온몸을 묻고도

끝내 동면의 아늑함에 안주하지 않는 그의 삶이

어쩌면 불합리한 소모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봄바람에 튀긴 자목련처럼 물음 한 토막 던져보았다

남는 건 쓴맛뿐인데 왜 그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요

쓴맛을 우리고 우려내보세요

단맛보다 더한 감칠맛이

피를 돌게 하고 삶의 활력소가 될 거예요

누군가는 붉은 피를 토하며 자신의 삶을 기록한다지만

저는 마디마디 맺힌 쓴맛을 하얀 피로 증류하여 삶을 기록한답니다


발밑까지 내려온 얼굴 노란 하늘에 마스크를 씌우고

긴 겨울을 배웅하고 혼자 돌아오는 봄날

사는 게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지만

오늘 만난 씀바귀 씨 말대로

사는 건 쓴맛을 우리고 우려낸

감칠맛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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