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김혜련
발끝까지 내려온 무거운 하늘을 등에 업고
긴 겨울을 건너온 아직도 눈 내리는 봄날
사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동안 살아온 경험으로
사는 건 이 악물고 견뎌야 하는
인내의 과정이란 것쯤을 깨달을 무렵
씀바귀 그 사람을 만났다
얼어붙은 땅속에 온몸을 묻고도
끝내 동면의 아늑함에 안주하지 않는 그의 삶이
어쩌면 불합리한 소모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봄바람에 튀긴 자목련처럼 물음 한 토막 던져보았다
남는 건 쓴맛뿐인데 왜 그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요
쓴맛을 우리고 우려내보세요
단맛보다 더한 감칠맛이
피를 돌게 하고 삶의 활력소가 될 거예요
누군가는 붉은 피를 토하며 자신의 삶을 기록한다지만
저는 마디마디 맺힌 쓴맛을 하얀 피로 증류하여 삶을 기록한답니다
발밑까지 내려온 얼굴 노란 하늘에 마스크를 씌우고
긴 겨울을 배웅하고 혼자 돌아오는 봄날
사는 게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지만
오늘 만난 씀바귀 씨 말대로
사는 건 쓴맛을 우리고 우려낸
감칠맛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