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무
김혜련
명치를 밟고 지나가는
얼음덩어리 같은 겨울바람이
두렵지 않습니다
겨울잠 자는 짐승의 코끝에
주렁주렁 열려 있는 고드름을 보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습니다
질 좋은 엿가락처럼 잡아당기지 않아도
저절로 길게 늘어나는 겨울밤이
도무지 공포스럽지 않습니다
몇 가닥 남지 않은 햇살을 주머니 속에
챙겨 넣기도 전에 어둠이 지붕 없는 방의 문고리를
잡아 흔들어도 오히려 콧노래가 나옵니다
먹빛 밤하늘을 노천극장으로 여기며 잠자리에 드니
단단하고 튼실한 세포벽이 쫀쫀하게 밀도감을 더해
산삼 부럽지 않은 효능과 당도로 성숙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