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무
김혜련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말 한 마디를
패딩코트 속주머니에 정성스럽게 넣고
오늘도 나는 순천만국가정원으로 향한다
사랑은 믹서기에 넣고 사정없이 갈아도 사랑이고
방망이로 두드리고 때리고 발로 밟아도
여전히 사랑이라는 원형질로 존재한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이나무 부부를 만났다
남편나무의 넓은 가슴에서 갓 지은 쌀밥 향기가 피어난다
큰 키만큼 흐르는 세월 속에서 사랑의 키를 키웠을 게다
십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사랑으로
오로지 아내만을 바라보고 서 있는 순정파
모두들 앙상한 뼈마디를 드러내놓고 떨고 있는 나목들 사이에서
한겨울에도 포도알처럼 많은 붉은 보석 같은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아내를 위해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남편 이나무 씨
주렁주렁 포도송이 열리듯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작은 목소리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마주 서 있는 곳
어둠이 내리면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따뜻한 머리국밥 한 그릇 들고 와
오래오래 나누어 먹을 것 같은 곳
그 이나무 부부를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만났다
갓 구워낸 포근포근한 군고구마 같은 단어 하나를
패딩코트 안주머니에 정성스럽게 집어넣고
오늘도 나는 순천만국가정원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