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롤라 Apr 25. 2022

마티스 그림으로 글쓰기5

대화

그림의 제목은 대화이지만 대화가 멈추어진, 대화가 불가능한 모습처럼 보인다. 잠옷과 실내복을 입은 가벼운 차림인 것을 보면 두 사람은 부부인 것 같다. 잠옷의 세로선이 시선을 끈다. 벽처럼 완강하게 버티고 선 자세와 하나가 되어 결코 속내를 열어보이지 않겠다는 듯 몇겹의 방어선을 치고 있다. 수염마저 딱딱하게 굳어져 입가에 부드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삭막하기만 하다. 아내는 버틸 수 없어 무너지듯 의자에 내려 앉았지만 간청하듯 가슴을 내밀고 있다. 얼굴에 회색빛으로 근심이 비치고 체념어린 감정은 온통 검게 물들었다. 가냘픈 초록깃으로 목을 두르고 미약하게 희망을 품어보지만 남편은 무엇을 숨기는 기색인지 주머니 속에 손을 감추고 있다. '당신이 무엇을 말하든 수긍하지 않겠다.'라며 날카롭게 할퀴는 NON이라는 말은 가시에 찔린듯 막막한 심정에 점점이 핏방울을 낸다.

작가의 이전글 마티스 그림으로 글쓰기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