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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라 Apr 22. 2022

마티스 그림으로 글쓰기2

모자 쓴 여인(화가의 아내)

웃지 않는 여자. 미소가 약자의 생존법임을 아는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웃을 필요가 없다. 약자들은 미소로서 호의를 드러내고 자신이 유해하지 않음을 증명해야 한다. 웃지 않는 남자는 진지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지만 웃음을 머금지 않은 여자는 건방지고 오만하며 우울하고 심각한 사람으로 요주의 인물이나 반사회적 인물로 찍히기 일쑤다. 단지 몰두하고 있었을 뿐이라 할지라도 무표정의 그녀는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된다. 아니면 혹시 집안에 우환이 있으신지요? 마티스의 여자들이 살아있는 여자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웃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여자.
모자는 흔히 권력, 페르소나, 사회적 지위나 인정을 상징한다. 얼굴에 드러나 있는 무표정과 달리 그림 속 모자에는 다양한 자원들이 담겨 있다. 풍성한 재료들을 가지고 마음껏 다룰 수 있는 능력이 그녀의 힘인듯 하다. 오른손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듯 견고하고 강인해 보인다. 화려한 모자를 직접 만들어낸 실력이 자신의 것임을 강조라도 하는듯이. 그에 반해 왼손은 흐릿한 그림자에 불과해 그녀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음을 짚고 있다. 마음이 허전하고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백화점에 가서 멋진 모자를 골라 사서 쓰고 나온 적이 있다. 모자에 얼굴이 반쯤 가려지자 발걸음이 더 단단해졌다. 모자 속 내 표정이 자유로워질 때 오히려 편안해졌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춤을 추던 스트릿우먼파이터의 댄서들처럼. 만약 아멜리의 모자가 진열대에 있었다면 기꺼이 값을 치르고 내 것으로 만들었을테다. 수집가로서 지나칠 수 없이 끝없이 바라볼만한 매력이 담겨있다. 볼수록 새롭고 볼 때마다 새로울테니. 이것이 마티스의 매력이겠지. 모호함이 그토록 매혹적인 이유는 그 안에서 무엇이든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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