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의 금붕어 그림을 보자마자 어느 여름날 한 조각이 내 앞에 떨어진듯 기분이 상쾌하다. 슬픔과 우울, 공허감과 외로움으로 가득찬 세상이지만 주머니 속에 쥔 매끈한 조약돌에서 위안을 얻듯 우리 마음을 금세 밝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는 반드시 있다. 보석상자를 열면 화려한 장신구와 값나가는 금붙이는 있을지언정 자연이 주는 따스함과 명랑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떨치기 힘든 근심과 살갗에 붙어있는 불안에 잠식되기보다는 여기 어여쁜 우리들을 보면서 잠시 생각을 멈추라며 작은 몸짓들이 애를 쓴다. 생생한 색깔을 만나 눈앞이 환해지고 머릿속이 개운하다. 한여름 정원에 가만히 머물면서 나 또한 생명의 색에 물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