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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라 Apr 22. 2022

마티스 그림으로 글쓰기7

콜리우르의 프랑스식 창문

하늘색과 민트색은 내게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친숙한 색이다.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서 그렇다. 옷과 스카프, 가방과 신발, 커튼과 소파, 앤틱 화장대 위에 펼쳐진 두 가지 색조의 아이섀도우와 어머니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반짝이던 네일 컬러. 산뜻하면서도 조금은 서늘한 느낌을 주며 살짝 바래진 채로도 한결같이 신선함을 잃지 않는 어머니의 색깔. 나는 하늘색과 민트색의 수호 아래 자라난 노란색 아이였다. 어머니는 어린 자매들에게도 색깔을 지정해 주셨는데 언니인 나는 노랑, 여동생은 분홍이었다. 처음엔 아마도 자매의 소지품을 구분하기 위해 대강 나누어주셨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랑과 분홍 이불과 베갯잇, 같은 모양 끈장식이 달린 머리띠의 각기 다른 색깔, 에나멜 구두와 원피스로 노랑과 분홍의 품목은 늘어만 갔다. 나는 그런대로 만족하면서도 동생의 분홍색이 좀 더 화사하지 않은가 의구심을 품었고 후에 들은바에 의하면 동생은 언니의 노란색에 탐을 냈었다고 한다.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조금은 들뜬 노란색 명랑함을 지닌 어른으로 동생은 어딘가 새침한 분홍색 차분함을 지닌 어른으로 자랐다. 차츰 나에게 더 이상은 노란색이 어울리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서 자꾸만 끌리는 색깔은 선명한 빨강과 청록이다. (두 색이 멋지게 어우러진 보라색에도 근사한 느낌을 받는다.) 동생이 유년시절의 분홍색을 버리고 선택한 색깔은 모든 색깔을 빨아들이는 검정이다. 빨강과 청록을 좋아하면서도 가끔 파랑을 고를 때 나에게 남아있는 떨칠 수 없는 어머니의 흔적을 느낀다. 매일 아침 바라보는 세면대 위의 거울 속에서 내 아버지 얼굴에 항상 떠올라 있던 똑같은 미소를 발견해내듯이. 주어진 바탕과 진짜 나를 가르고 오롯이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은 평생에 걸쳐 해야 할 작업이다. 내가 기른 아이들은 나를 무슨 색으로 기억하게 될까. 오늘 디저트는 좋아하는 민트초콜렛 아이스크림을 먹어야겠다. 쌉쌀하지만 향수어린 달콤한 맛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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