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없기 때문에 신에 대한 나의 감정은 담백하기만 하다. 신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성당에서 뭔가를 기대한다면 숭고함과 경건함 그리고 그 안에 있을 때 정화되는 기분 정도일 것이다. 신앙 자체를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그 이면에 있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한다. 다만 아름다운 것을 볼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내 안에 사랑이 있을 때 세상 모든 것은 선물이 되고 그 사랑이 주는 아픔과 기쁨, 환희와 절망 모두를 기꺼이 껴안게 된다. 신의 보살핌도 이와 같으리라 생각해보면 사람 안에 신성이 깃들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로사리오 성당은 마티스를 정말로 좋아하게 된 결정적 작품이다. 저 안에 서면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어 빛나는 색채를 입겠지. 빛의 아지랑이 속에 손가락을 펼쳐보다 느릿느릿 춤도 춰 보고 싶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