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파괴된 행성 크립턴이 고향이다. 그의 부모는 갓난아기를 지구로 보낸다. 왜 그랬을까? 어느 부부는 클라크라 부르며 정성껏 키운다. 아기가 소년이 되자 잠재되어 있던 원초적 능력을 발견하는데 하늘을 날거나 X선을 뚫어보는 등의 무한한 힘으로 발전한다. 이것은 모두 클라크 켄트의 또 다른 자아인 슈퍼맨의 능력이다. 온화한 성품을 지닌 그는 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동료 여기자를 좋아한다. 클라크는 혼자 짝사랑을 하고, 여기자는 클라크가 아닌 슈퍼맨을 좋아한다. 클라크이기도 한 슈퍼맨, 슈퍼맨이기도 한 클라크. 사람들은 모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클라크가 곧 슈퍼맨이라는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원더우먼은 아테나의 지혜로움을 가졌으며, 아프로디테만큼 아름답다. 그녀의 무기이자 대표적인 상징물인 ‘진실의 올가미’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주었다. 올가미에 묶인 이는 진실만을 말하게 되며, 환각을 보거나 세뇌 당한 상태에 있던 사람은 정상적으로 치유된다. 양팔에 찬 팔찌는 이지스의 방패로 만들어져 어떤 공격도 모두 막아 낸다. 지구상에 어디로든 이동 가능한 헤르메스의 샌들까지 보유했으니, 원더우먼은 그야말로 그리스 신들의 후광을 업은 무적의 여성이다.
30평 식당 공간에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정체를 감추고 일을 하고 있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지구를 지켜야 할 그들의 임무가 없어진 탓이다. 슈퍼맨과 원더우먼의 상징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장롱 속 깊숙이 감춰 두고, 아들딸 낳고 살고 있다. 하늘을 날아 본 지가 언제인지 잊어버렸고, 악당을 잡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왔다.
슈퍼맨은 날아다니질 못하고 오래 서 있거나 걸어 다녀서 족저근막염이 생겼다. 원더우먼은 척추 협착에 추간판 탈출이라는 허리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가 일쑤이다. 좁은 공간에서 늘 같은 일을 무리하게 하면서 살다 보니 직업병이 심해진 것이다. 어쩌다 손님이 가득한 식당의 모습을 보는 손님들은 이렇게 말할 때도 있다. “이 돈 다 벌어서 어디다 쓰시나?” 하고. 아무도 모를 때 하늘을 날고, 소리 지르고 언젠가 쓸 날이 있을지도 모를 비장의 아이템들 수리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을 모른다.
슈퍼맨은 어쩌다 족저근막염에 걸리게 되었을까? 원더우먼은 왜 척추 협착에 허리가 고장 났을까? 그렇게 힘이 세고, 능력이 많은 히어로들이.
밥장사의 일이란 로봇이 아닌 사람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 여럿의 직원을 두고서 계산만 하는 사장님이 아니라면, 뛰어다녀야 하고 오래도록 서 있어야 한다. 슈퍼맨과 원더우먼은 더 이상 날지 못한다. 적어도 식당에서만큼은. 그래서 병이 난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슈퍼맨과 원더우먼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드린다.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