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힘, 술은 약

by 김경호

밥을 먹는 것처럼 오래도록 술을 마셔 왔다. 대체적으로 반듯하게 마셨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한 적도 많았다. 되돌아보면 술은 참 그런 마법의 음료이다. 사람을 천사로도, 악마로도 만든다. 길에서 깬 적도 있고,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지 못해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다. 물론 오래전의 이야기였으면 좋으련만 최근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무척 창피하다.

나는 술을 이기지 못한다. 이기고 싶지는 않다. 뭐든 적당해야 약이다. 여하간 밥은 먹어야 하고, 술도 마셔 줘야 한다. 그게 삶이다.

식당의 문을 열고 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손님들이 찾아올까 하는 두려움이 들 때도 있다. 8년 동안 운영한 식당이니 제법 단골손님들도 많아 꾸준히 찾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영원하지는 않다. 언제 어떤 순간에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릴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노력해야 한다.

회사 생활할 때를 떠올려 보면 직장인들은 메뚜기처럼 이곳저곳의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식사를 한다. ‘오늘은 뭐 먹을까?’ ‘아, 먹을 게 없네.’ 하면서 밥을 먹으러 다닌다. 특별히 새로 생겨 눈에 띄는 식당이 아니라면 대체적으로 그런 패턴으로 점심시간을 보낸다. 가게 이름은 ‘밥찬예술’로 지었고, 메뉴를 완성해야 했다. 가게의 이름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밥은 힘(力), 찬은 맛(味), 예는 락(樂), 술은 약(藥)으로 정했다. 나쁘지는 않았다. 밥은 힘이 되어야 한다. 다시 오지 않는 한 끼라고 생각하면 그저 때워 먹어서는 부족하다. 일하고, 밥 먹고, 쉬는 하루의 일상 중에서도 밥을 먹을 때가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생활의 활력이 되고 또 힘든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의 보충이라는 점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밥 한 끼의 소중함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찬은 맛’이라는 챕터는 곁들여 먹는 음식에 관한 것이다. 더덕구이, 감자전과 같이 흔하지 않은 음식으로 구성했다. 맛의 기준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만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맛이란 음식 재료들이 서로 화학적으로 만나서 본연의 맛을 찾아간다. 정말 미묘한 차이가 맛을 결정한다. 그런데 그 맛의 차이는 요리사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예는 락’이라는 구성은 식당의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삼겹살과 주꾸미이다. 식당이라면 어디서나 취급하고 있는 삼겹살이지만, 나름 육가공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칭찬해 주는 고기를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손님들은 ‘술은 약’이라는 부분을 재미있어한다. 술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지만, 약이 되는 경우를 훨씬 더 많이 본다. 술을 앞에 두면 진지함보다는 유쾌함이 훨씬 많아진다. 적어도 이곳에서 지낸 지난 8년을 돌아보면 그렇다. 하루의 시작은 밥이고 하루의 마무리는 술이다. 그게 인생이다. 그렇게 ‘밥찬예술’의 메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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