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맛 나는 밥 한그릇

by 김경호

먹는 즐거움은 삶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순위에 들어갈까? 입고 먹고 사는 것이라고 했으니 두 번째일까? 뭐 여하간에 항상 먹는 생각을 한다. 뭔가를 먹으면서도 다음엔 뭐 먹을까 고민한다. 우습다. 에드워드 주는 가게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포인트를 둔 것이 아트 월이었다. 아트월에는 우리 식당이 추구하는 것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사람들은 모두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맛이 없는 음식을 싫어한다. 적어도 우리 식구들이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연히 지나다가 불쑥 들어간 식당에서 생각지도 못한 맛을 느낄 때 그 행복감은 남다르다. 우리 식당엔 이런 손님들이 의외로 많다. 어딘가로 가는 길에서 만난 우리 식당에서 한끼의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도 큰 보람이다.

사람들은 모두 맛있는 것을 사랑한다. 밥 한그릇에 정성을 담고 싶었다. 외관의 인테리어는 완성이 되었지만 표현하려는 내용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게를 오픈할 시간은 점점 다가 오고 있었다. ‘꿀맛나는 밥 한그릇’이라는 글에 꿈이 묻어 났다. 밥 한그릇이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밥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여러나라의 언어로 표현해 보았다. 사랑이라는 말처럼 국경과 시대와 인종을 초월하는 언어가 있을까? 뜬금없는 ‘사랑해’라는 표현의 의미를 알아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우리 동네에는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제법 많이 있다. 필리핀, 태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몽골, 러시아 등에서 온 분들이다. 우리 식당에 밥 먹으러 온 그분들 중에는 아트월에 자기 나라의 언어가 없다면서 서운해 하기도 한다.심지어 네팔의 ‘사랑해’를 메모지에 적어주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아트월에 표현된 몇몇 나라의 ‘사랑해’는 순전히 나의 작의적 선택일뿐이다. 그럴 때마다 좀 미안한 마음이 들고 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은 아트월의 글귀에 관심이 많다.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 나라 말인지 묻는다. 어느 손님은 전화기를 들고 아트월에 쓰인 각 나라의 언어로 전화기 너머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미소 짓게 하는 풍경이다.

사랑해, 사랑해 하는 표현이 밥을 사랑해라는 의미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들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끼 밥을 준비하는 밥장사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도 손님의 삶을 이해하면 좀 더 좋아진다고 믿고 있다. 사실 타인의 삶을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관찰이나 관심으로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음식에 나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 남들이 들으면 좀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마법의 램프에 주문을 외운다. ‘음식아, 맛있어져라’든지 ‘손님은 건강하시라’든지, 가능하면 신선한 재료들로 정성을 들인다. 그런 음식을 차려 드리는 기쁨이 있다.

가끔 이런 인사를 듣는다. “정말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었습니다. 정성들인 음식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참 뿌듯하다. 작은 노력들을 알아 주는 손님들이 있다는 것은 진심이 서로 통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삶을 더욱 활기있게 하는 진심이 담긴 커뮤니케이션이다.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이 있고, 즐겁게 만든 음식을 파는 즐거움이 있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이 있어 즐거운 식당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런 식당이면 밥 한그릇이 참 따뜻할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처럼 음식을 만들고 차려주는 사람들은 일상을 늘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꿀맛 나는 한끼 밥상을 차리는 비법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얼굴을 붉히며 싸우면 안된다. 가게 분위기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인품있어 보이는 점잖은 노부부 손님이 늦은 점심 시간 삼겹살을 드시러 자주 오셨다. 그런데 어느날 가시면서 부부 싸움 했냐면서 커피 한잔 사먹고 기분 풀라고 만원을 주신다.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자 등을 두드려 주신다. 식당 주인은 좋은 기운이 넘쳐나야 한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그 기운을 나눠줘야 한다. 생각보다 손님들은 섬세하고 예민하다. 조금만 소홀해도 다 안다.

아주 오래전 뜨끈뜨끈한 구들장 이불 속에 묻어둔 아버지의 밥그릇에 담긴 무게만큼은 아니겠지만 한그릇 한그릇, 꿀 맛 나도록 정성을 담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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