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恒産, 안정적인 먹거리)이 없으면 항심(恒心, 바른 마음)도 없다. 맹자님 말씀이다. 삶이 편안해야 예법도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먹는 일은 즐거움이다. 그런데 그 일을 업으로 삼고 보니 즐겁지만은 않다. 몇 해가 지나도록 긴장감은 줄지 않고, 늘 다음 반찬을 고민하며 꿈속에서조차 장사를 하고 있다. 대부분 실수하는 꿈을 꾼다. 어느 날은 내 옆에 누운 나의 동지도 꿈속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네, 뭐~ 드릴까요?” 하면서. 고단한 잠꼬대에 씁쓸하게 웃어본다. 물 흐르듯 편안한 마음으로 장사를 하고 싶지만 식사 시간대에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신경 곤두세우고 손과 발, 머리가 바쁘게 움직인다. 어쩌다 홀과 주방의 손발이 안 맞으면 와르르 무너진다. 숨 가쁜 전투, 이기기도하고 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만큼 해내는 우리가 대견하다. 가게에 손님이 꽉 들어차서 왁자지껄 즐거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주방에서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이 맛에 장사를 한다. 이 맛을 알기에 손님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오늘도 정갈한 마음으로 쌀을 씻어 밥을 짓고 깨끗한 도마 위에 알록달록 예쁜 파프리카를 올려놓고 칼질을 시작한다. 손님이 많으면 몸이 힘들고, 손님이 없으면 마음이 힘들다. 저울질 해 보니 그래도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 더 힘들다. 지난 세월 속에서 손님이 귀한 걸 체득하게 되었다. 내가 오만해질까 봐 조금이라도 소홀해질까 봐 손님들이 조율해 가면서 오신다. 손님은 언제든 몰려올 수 있고, 언제든 안 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내 몫이 아니다. 파도가 일어야 서핑을 즐길 수 있듯, 서핑보드 매만지고 서핑 기술 훈련하고 서핑 슈트 차려입고 파도를 기다린다. 적절한 파고를 지닌 파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