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묻는다

by 김경호

“여긴 뭐가 제일 맛있어요?” 그러면서 또 이렇게 말한다. “뭐 다 맛있겠지.”라며 웃는다. 그럴 때마다 “다 맛없어요.”라는 말이 불쑥 하고 싶어진다. 언젠가 본 2018년 작 〈바람 바람 바람〉이라는 영화에 그런 대사가 있었다. 제주도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게에 손님은 없고, 두 명의 손님이 들어와서 묻는다. “여기 뭐가 맛있어요?” 주인 역 신하균이 이렇게 말한다. “다 맛없어요.” 손님은 나가 버린다. 영화의 그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항상 좋아하는 것을 드시면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대체적으로는 주문할 음식을 이미 결정해 놓고서 묻는 것 같기도 하다. 삶에 있어서의 질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고민이 있어 누군가와 상담을 하거나 조언을 구할 때, 내 나름의 답을 미리 만들어 놓고 묻는다. 내가 생각하는 답과 일치되는 조언을 듣고 싶어서, 확인하고 싶어서….

우리 식당에서는 가끔씩 손님과의 사소한 갈등이 있는 지점이 있다. 예를 들어 세 명의 손님이 와서 찌개 2인분과 제육볶음 1인분을 주문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한다. 혼자서 음식을 만드는 주방 구조상으로 1인분의 식사를 준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 때 기분이 상하는 손님들이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분들도 있고, 그냥 억지춘향으로 (3)인분 시켜 드시는 분들도 있다. 음식은 기분으로 먹는 것이다. 기분이 상하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저 그렇게 되고 만다. 그렇지만 혼자 오는 손님들은 아무리 바쁜 경우에도 1인분 식사를 준비해 준다. 그것은 우리만의 원칙이다.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경우가 생기면 손님들의 기분을 맞추지 못해 전전긍긍하곤 했었다. 우리 잘못도 아닌데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재료들로 음식을 준비한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우리 같은 작은 식당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내는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까.

12개의 테이블이 있는 식당, 꽉 차면 뭔가 활기차 보인다. 손님이 가득 차 있는 순간을 보면 뭔가 불이 붙어 활활 타는 열정이 느껴진다. 장사하는 맛도 나고. 그럴 때 어떤 손님들께서는 간혹 돈을 많이 벌겠다고 하시는데,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땀 흘린 만큼 그만큼, 노력한 만큼 그만큼의 결과만 따라온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 참 정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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