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왜 맺히는걸까

by 김경호

인연은 우연하게 시작되는 관계이고, 필연은 정성이 필요한 관계이다. 관계는 서로 맺히는 것이다. 이슬이 풀잎에 맺히는 것처럼. 맺힌다는 것은 ‘눈물이나 이슬이 어디에 생겨나 매달리게 된다’는 것과 ‘한이나 설움이 마음에 남아 잊히지 않는 응어리가 되어 남아 있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맺히는 것은 모두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우연한 만남에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인연들 속에서 서로 공을 들여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쉬워 보이지만,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케빈 베이컨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거미줄 같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원래 알고 있던 관계에서부터, 새로운 관계에 이르기까지 인연은 많고도 넘친다. 맺힌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물론 잘 맺혀야 하지만. 그런데 누군가에게 한이 맺히면 큰일 난다. 전설의 고향을 찍게 된다. 이렇듯 관계는 혼자 맺을 수는 없다. 나는 월산리와 2003년부터 관계를 맺었다. 주택 청약을 신청하려고 초본을 떼어 보니 2003년 7월 19일에 전입이 되었다. 그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이곳에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20년 가까이를 살고 있으면서, 게다가 밥장사를 하고 있다니 사람의 일이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대구에서도 오래 살았고, 서울에서도 적지 않게 살았는데, 남양주 화도읍 월산리가 참 좋다. 이곳에서 인연을 맺은 많은 지인들을 생각하면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게다가 내가 이곳에서 살게 되면서 승환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좋았다. 안일수 씨에게 세를 얻어 나무를 심은 곳에 설치한 월산리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낸 재밌는 추억이 많다. 컨테이너가 있던 곳은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만 남게 될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 보면 양치기 엘지아르 부피에는 매일 밤 성한 도토리 백 개를 정성껏 고르고 고른 뒤 자루에 담아 쇠꼬챙이로 황무지에 심는다. 매일매일을 몇 년 동안 계속해서. 30년 만에 황무지는 새가 깃드는 숲으로 변하게 되었다. 오래전에 읽은 이 책에서 인상적인 한 문장이 가슴에 새겨진다. “때로 침묵은 어떠한 웅변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양치기가 황무지에 나무를 심은 것과는 다르게 우리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전국 곳곳에 나무를 심었었다. 그 과정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 땅의 나무를 훼손하여 벌금을 내기도 하고, 골프장 건설업체가 우리 나무를 임의로 망쳐 재판을 통해 보상받은 일도 있었다. 나무들은 정직하게 자라 주었지만, 경제적으로는 크게 이득을 얻지 못했다. 가꾸어 주는 만큼, 사랑해 주는 만큼 나무는 값어치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있었다. 그런데 나무가 모두 없어진 지금에 이르러서야 돈과는 관계없이 나무가 좋아졌다. 어느 순간 나무가 내 마음 속에 스며 들어온 것이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잘 맺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무와도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다. 나무 심을 땅을 빨리 가지고 싶다. 나만의 나무 심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측백이나 편백나무로 미로길도 만들고, 야생화 단지도 만들고, 꾸지뽕이나 헛개 같은 약용수도 심을 것이다. 그렇게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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