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SF영화 본 것 같은..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by 일단써


날짜 : 2022. 01. 31. 월


책 :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채식주의자 이후 두 번째 한국 소설이자 첫 번째 SF 소설. 프롤로그에서 긴박한 상황을 먼저 보여주면서 궁금증을 폭발시켰다. 확실히 소설은 한 번 재미가 들리게 되면 자기 계발서나 다른 장르보다 읽는 속도가 빠르다. 왜 사람들이 두껍고 시리즈가 다양한 소설들을 빨리 읽는지 몸소 느꼈다. 이 책은 자주 보는 유튜버 ‘겨울 서점’이라는 채널에서 ‘김초엽’ 작가님의 책을 소개해 주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독자들이 읽는 속도보다 책을 내는 속도가 더 빠른 작가’라는 말에서 더 매력을 느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더스트’ 시대 종식 후 2192년 대한민국 해월에 갑작스럽게 퍼진 ‘모스바나’ 라는 덩굴성 식물을 연구하며 그와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내용이다.



인간에서 비롯된 재앙


솔라리타 연구소에서 자가증식 나노봇의 입자 크기를 더 줄이는 실험을 하던 중 통제 불능으로 증식 오류가 발생하여 전 지구적으로 ‘더스트’ 시대가 도래했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장르에서는 실제로 있음 직한, 그리고 만약 이렇게 된다면? 과 같은 일들이 발생한다. 위와 같이 통제 불능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결과는 이럴 것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에서 실험이나 개발 같은 상황에서 더 조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위기 속 대처

인간은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뉘었고 더스트를 피해 ‘돔’을 형성하여 생활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다른 돔으로 이동하면서 그 안에서 크고 작은 전투들이 벌어지면서 점점 황폐해져 갔다.


“사람들은 숲이나 들판의 생물들을 위한 돔은 만들지 않았다.” (p 83)


인간들은 자신들을 지킬 돔을 지었지만 그 외의 동식물들을 지킬 돔은 세우지 않았다.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나였어도 그렇게 행동할 확률이 매우 크다.


돔 안에서는 교육도 이루어졌다. 거기서 아이들은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망해가는 세상에서 어른들은 굳이 학교 같은 것을 만들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몇 안 되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워야 해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는 행위 자체가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새로운 접근이다. 어른으로 성장해가면서 자연스럽게 학교든 사회이든 배우고 알아간다. 그런 지식들을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아니면 부족하거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뽐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지 않을까? 현재, 과거, 미래도 모든 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는 것을 전수함으로써 그들이 배우고 성장할 때 비로소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까? 그게 어른들에게는 즐거움이자 행복이지 않을까? 굳이 선생이 아니더라도... 한편으로는 이런 과정이 인간의 생존 본능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사이보그 - 인간

인간의 몸에 기계가 이식되고, 이제 인간임을 나타내는 유기체의 성분은 30% 남짓. 자신의 정체성을 판단할 수 있는 뇌마저도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 인간으로서의 사고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순수 유기체 100%인 인간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


인간이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사이보그가 되어 반 이상이 기계라 할지라도 강하게 남아있다면, 인간의 고유한 감정이 충분히 발현되지 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영화화를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 다가올 재난을 주제로 하는 영화는 많다. 그리고 소재도 전형적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본성들이 우리에게 시사해 줄 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선, 악, 협력, 사랑 등과 같은 요소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숙한 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