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이라도 차겠다
#멍에 1
근래 딸들을 만날 기회가 되면
내 옷차림에 특별한 패턴이 생겼다.
특정한 허리띠를 띠고
시계를 손목에 차고
지갑을 양복 상의에 넣고 집을 나선다.
벨트는 가판에서 산 거를 하고
시계는 안 차고
홀더용 카드를 가볍게 사용하던 나였다.
딸들이 선물해준
선물을 안 할 수가 없다.
#멍에 2
젊어서는 결혼시계나 반지도
귀찮거나 덥다고 안 하던 나였는데,
아이들이 아빠의 손목이나 허리띠와
지갑을 살펴보는 것이
신경이 쓰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아빠가 자기들이 준 선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그래서 멍에 메는 것이 힘들지 않다.
#멍에 3
이제 사람을 염두에 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좀 알겠다.
'아무려면 어때 내 맘대로 하면 되지'가 아니라,
'내 조그만 행동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준다면
못할 것도 없지'하는
마음의 변화가 온 것이다.
손목시계가 아니라,
수갑도 찰 수 있겠다 하는 마음.
십자가가 아주 조금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