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저장하기
다람쥐 한 마리가 겨울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도토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자 하루종일 숲 속을 돌아다니면서 도토리를 모아다 둥지에 채웠기에 더 이상 둥지에는 둘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람쥐는 도토리를 저장할 또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기가 막힌 방법을 그는 알아낸 것입니다.
다람쥐가 생각해 낸 도토리를 묻어둘 장소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아래였습니다. 이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이 도토리를 저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억력이 부족한 자기라도 이렇게 하면 언제든 다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한 날은 토끼구름 밑에 도토리를 한 아름 묻었습니다. 토끼는 다람쥐와 사이가 좋은 친구였기에 다람쥐는 토끼구름 아래에 도토리를 묻으면서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나중에 토끼를 만나면 자기의 도토리를 나누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땅을 파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는 조심성은 잊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도토리를 입에 가득 물고 묻을 장소를 찾아다니다가 숲 속 시냇물 곁에 떠있는 악어구름을 보았습니다. 악어가 낮잠을 자는 모습이어서 악어가 잠에서 깨지 않게 조용히 땅을 파고 토토리를 묻었습니다. 특히 악어의 입이 시작되는 곳에 도토리를 묻고, 자기의 발로 흙을 토닥여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마치 악어가 먹지 못하도록 입을 막으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엄마의 핸드백처럼 생긴 구름이 산 등성이를 넘어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 다람쥐는 숨을 몰아쉬며 달려 올라갔습니다. 엄마의 핸드백이 산 너머로 넘어가기 전에 빨리 자기의 도토리를 땅에 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가을의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이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것이 힘들어 잠시 쉬어가느라 다람쥐는 도토리를 엄마핸드백 뱃속에 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마른 나뭇잎으로 부드러운 흙 위에 덮고 몇 번 점프를 해서 다독거렸습니다. 다람쥐의 겨울준비는 이렇게 첫눈이 오기 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도토리 모으는 일을 다 마친 다람쥐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을 바라보면서 자랑스럽게 기지개를 켰습니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오고 길고 추운 겨울이 다가올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따듯하고 배부른 겨울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숲에 많은 눈이 내리고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숲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었고, 둥지 안에 있는 도토리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람쥐는 이제 밖에 묻어둔 도토리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 도토리들을 집으로 옮겨오기 위해서 눈이 가득 찬 숲 속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보아도 토끼구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핸드백 모양의 구름도 보이지 않았고, 악어의 커다란 입모양의 구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하늘을 바라보아도 그 구름들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람쥐는 도토리들을 묻어 놓은 장소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람쥐는 누가 자기의 도토리를 훔쳐갔다고 생각하고 실망하고 화가 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람쥐는 둥지 안에 남아있는 도토리를 아껴 먹으면서 가족들과 그 겨울을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가오면서 웬일인지 다람쥐의 숲에는 많은 도토리 싹들이 곳곳에서 솟아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자 그 숲은 온통 도토리나무가 가득했고, 어디에나 먹을 것이 풍성해서 숲의 많은 동물들이 쉽고 넉넉하게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람쥐는 올 가을에도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면서 도토리들을 묻으며 온 산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