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감에 대해서

- 앉고 싶다.

by 김종진

요즘은 내가 매일 접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이다. 전철이나 버스를 기다리면서 나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빈자리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이다. 버스가 어디쯤 정차하느냐에 따라서 버스에 오르는 순서가 결정되기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버스들이 다가올 때에 이리저리 자리바꿈을 하기도 한다.

50대 중반만 해도 자리가 비어 있어도 전철이나 버스 손잡이를 잡고 얼마든지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지만, 요새는 경로석의 빈자리에도 눈이 가기도 한다. 차마 임산부석까지는 언감생심 앉을 생각을 하지 못하지만 눈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60대가 된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나이가 먹어간다는 것은 몸이 내는 신호에 대해서 민감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혀 인식이 되지 않으면 건강한 상태라는 말이 있다. 건강했던 긴 세월을 누리면서 살아왔지만, 요즘은 잠든 시간데도 내 몸이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은 오른쪽 어깨로부터 이어져 손끝까지 전기신호 같은 통증이 하루종일 떠나지 않는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들은 바로는 목디스크 증세가 있다고 한다. 물리치료할 때 보니, 주변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이제 나도 어느덧 그런 호칭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경고를 받는 듯하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을 우습게 듣던 때가 있었다. 이런 종류의 표어나 격언이 어떻게 내 삶에서 이해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멋있는 말보다는 아픈 만큼 늙어간다는 말이 더 정확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얼마나 내 삶이 남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주변에 친구나 지인들 가운데 내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소식이 간혹 들려오기 때문이다. 사건 사고에 대한 뉴스를 보면 반드시 나이를 보게 되는 것은 어쩐 조화인지! 사건 당사자의 나이를 들여다보면서 동일시하게 되고, 눈물과 안도와 화가 나는 감정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한 아버지가 음주운전을 하여 직장에서 쫓겨나고 그 여파로 가정이 깨지면서 자녀들도 흩어졌다는 비슷한 뉴스를 듣고 마음에 안타까운 감정이 일어났다. 예전에는 전혀 다른 반응을 했던 나였기에 스스로 놀랐기도 했었다.

‘한심하긴 하지 말라는 음주운전은 왜 해가지고... 지가 행한 대로 받는 거지 뭐’

이랬던 나였는데,

‘남아있는 애들은 무슨 죄인고, 잘 좀 하지.

그렇다고 자식 버리고 가정을 깨면 어떻게 하나?’라고.

이제는 깨어진 가정의 아이들과 한 번의 실수로 회복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진 어떤 남자에 대한 안타까움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요즘은 두 딸들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수년 전부터 내가 딸들에 대한 잔소리보다 딸들이 나에게 대한 잔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아빠, 고혈압 약 챙기시고, 특히 오메가 3은 매일 챙겨 드셔야 돼요.

‘아빠 제발 이제 그런 얘기는 엄마에게 직접 하지 마세요, 엄마 생각도 하셔야죠’

‘아빠, 제가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그런 정도는 내가 다 알아서 해요’

딸들에게는 이제 내가 아빠라기보다는 자기들이 관리해야 할 동생이나 아들정도로 생각하는 듯하다. 어떤 정치적인 견해나 정당에 대한 생각을 아이들에게 했다가 큰 일 날뻔한 적도 있었다. 어느 날은 둘째 딸이 나에게 ‘이십 대들은 왜 무슨 무슨 당을 싫어하는가?’하는 저널을 나에게 가져다주고 아빠 읽어보세요 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얘기하면 놀라운 듯 경이로운 듯 경청하고 알았어요 하던 아이들인데 이제는 나를 설득하고 나에게 긴 설명을 하려는 딸들이 무서울 때도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모든 것에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빠른 변화이든 서서히 찾아오는 것이든 분명한 것은 이 변화에 대해서 나도 어떤 변화된 자세와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몸의 변화와 마음의 변화 그리고 환경의 변화에 대한 것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아름다운 나이 듦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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