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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Apr 04. 2024

그래. 너랑 나랑은 다르지

(대리수치의 기록)


아이와 반갑게 눈을 맞추고

눈치껏 교실 맨 뒤에 줄을 맞춰 섰다.


초등학교 3학년된

큰 딸의 수업참관을 위해

공개 수업시간에 맞춰 입장한 교실.


딱 40분 진행되는 짧은

공개 수업시간인데

그 짧은 찰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직 현재 진행형이지만

 두 아이를  키우면서

깨지고 깨닫게 된

나름의 양육관은 크게 두 가지.

키워드는 '독립'과 '다름'이다.

<독립>

양육을 통해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혼자 먹고살게 하는 기능을 갖추게 하는 것'과

<다름>

'쟤는 나랑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격체'라는 걸 존중해 주는 것을 항상 마음에

새겨두고 키우려고 노력한다.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이 세상 어떤 부모가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양육 과정에서

정말 자립할 수 있도록

키우는 건 상당한 디테일과 노력을

 요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극한의 표정관리와

아이가 맡은 바 역할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24시간 365일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어제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 아이가 사회생활(?) 하는

모습을 부모로서

편안하게 직관하는 건

너무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왜 저렇게 느리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아직도 저걸 저러고 있네. 어어? 과제 수행시간 끝나가는데..?

아휴 목소리 좀 크게 하지 왜 저래?



끊임없이 속으로 질타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 나는 진짜 말만 독립적인

자녀로 키우겠다고 이야기하는

맘무새 (맘+앵무새) 였던 것이다.

정말 다행히도  

저 말들은 모두 속으로 되뇌고

입 밖으로 뱉어내진 않았다는 것으로

깊이 안도했다.

실제로 선생님이 지도하시는 건

내가 아니라 내가 낳은 자녀였다.

수행을 하고 실제로 평가를 받고

 부딪혀 보는 것 또한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느꼈던

대리수치감은

아마도 내 자녀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오는 불편감이었을 것이다.

수업시간 내내

나의 어린 시절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어떤 마음으로 저 의자에 앉아 있었는지

그리고 엄마가 나를 어떻게 바라봐 주길

원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수업 끝난 아이가 뒤를 돌아 나에게  

눈길을 주자마자 나는 최대한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인사했다.

"엄마 갈게! 너~무 기특해 우리 딸!"


이왕이면 어릴 때 많이 혼도 나보고 스스로 겪어낸 어려움이 어른이 돼서 좋은 경험의 싹이 되기를.


똥인지 된장인지 다 커서 찍어먹는 인간으로 크지 않기를 엄마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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