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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달음

2023년을 회상하며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by 아론

매년 연말마다 돌이켜 보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회사에서 나눠주는 수첩에 일정을 정리하고 내년 시험일정이나 중요한 일들을 대비한다. 그리 열심히 살지 않았기에 쫓기는 마음으로 열어본 지난 11개월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들이 새겨져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더 생산적인 삶을 보낼 것이라고 작년과 같은 주문을 되뇐다.



올 해는 쫓기듯 살아왔다. 대학 학점을 평균 4.25 이상으로 올리고, 기사 4개를 취득하고, 회사도 다녀야 했다. 급박한 상황에선 늘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떨어지는 칼날을 움켜쥐었었다. 움켜쥔 손에는 허망함과 자기혐오가 흘러내렸다. 인간공학기사와 산업공학기사를 취득한 뒤 3번째 기사를 준비하던 9월에 내가 그랬다.


2개의 기사시험과 대학교 중간고사를 준비하며 시간만 갈아 넣으면 될 줄 알았다고 생각하다 벽에 부딪혔다.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인 데다가 암기로 찍어낼 수 있는 문제들도 아니었다. 이미 2개를 취득했을 때 느꼈던 성취감은 없어진 지 오래였고,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앉은 책상에선 애꿎은 머리만 쥐어박았다.


결국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찾아왔고, 남은 자격증은 내년으로 미루었다. 다가오는 대학교 시험들과 과제로도 벅찬 시기에 상실감만 얻게 되는 공부는 짐만 되는 상황이었다. 도망치는 것 아니냐는 자책감을 외면하고 다가오는 중간고사에 대비하며 원하는 성적을 얻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말 뒤에 숨어 적시는 손수건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몇 년만 더 일찍 회사와 학업을 병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랬다면 기회가 더 많았을 텐데, 하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공부를 시작해야 할 이유를 몰랐다. 주변에 공부하는 사람들도 보지 못했었다. 역사에도 만약이 없다는데, 내 안에서는 만약을 계속 찾게 된다. 지쳤다는 이유로 헤매며 도망쳤던 시간들에 몹시 괴롭다. 지금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지 뭐 하고 있는 거냐는 생각들이 나를 옥죄인다. 늘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만 나 혼자 난리다. 정말.


성취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다음 깨달음은 더 빨리 얻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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