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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달음

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의 벚나무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by 아론

예전에 멘토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 어떤 나무도 성장하기 전에 잘라버려선 안된다. 함부로 예단하고 잘라버린 가지에서 꽃이 필지 열매가 맺힐지 모른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에 끄덕이며 과거를 어루만졌다. 이전에 어떤 사람에게 선입견으로 함부로 한 적이 없는지를, 그 행동이 열매가 맺힐 가지를 잘라버리지 않았는지 되짚어보았다.


최근에 MBTI가 유행하면서 16가지 사람의 유형으로 모든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성격 유형을 만든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퇴색된 의미로 선입견에 갇혀버리는 사람이 늘어났다. 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의사항은 외면당한 채, 게으른 생각들은 결론짓기를 즐긴다.


회사의 규모가 크다 보니 좋은 사람도 많고 불편한 사람도 많다.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에도 말이 너무 매섭거나 다루기 까다로운 사람들도 많다. 선을 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을 혼동하는 사람도, 인성이 좋지 못한 사람도 더러 있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모두를 이해하기에 내가 가진 시간과 여유는 부족하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선입견에 갇히곤 한다. 몰랐다는 핑계로 둘러대기보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많다. 집에 돌아와 하루를 정리할 때, 창피함은 고개를 절로 숙이게 만든다.


선임자의 위치로, 리딩해야 하는 위치로 점점 올라간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나도 모르게 주어지는 책임과 의무에 스스럼없이 다가가야 하는 거라고 느낀다.


두렵더라도 나아가며 결과에 승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 다음 단계의 나를 만나기 위해 이전의 껍데기를 부수고 나오는 것. 그 과정에서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낮아진 자존감을 휘두르면 자연스레 존중을 잃어버리는 것. 그 칼날이 결국 나에게 돌아올 때는 너무 늦어버리는 것.

그런 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하나가 아닐까.


회사를 그만두는 날에는 자랑을 늘어놓기보다 나의 창피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글을 싣고 싶다. 나라는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이들을 위한 사과를 건네는 때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봄비 내린 후에 간간히 피어있는,


볕이 들지 않는 곳의 벚나무들을 소중히 대하며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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