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뒤적이는 시간이 많다. 많은 것들을 해내려 노력하다 번아웃이 왔을 때,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시간들을 보낸다. 지난 시간들이 다 무용하게 느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이 찾아온다. 이런 순간에도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한다. 그리고 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쓰러진다. 쓰러지고난 후의 시간은 무척 빨리 간다. 나는 무엇에 그렇게 지쳐있던 걸까.
상상하며 걷기를 좋아한다. 이 상상과 감수성이 더해져 자기혐오로 이어질 때가 있다. 그 생각들은 나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비판을 쏟아낸다. 내 안의 적들을 쳐내다가 제풀에 쓰러진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데, 쓸모없는 시간들이 흘러간다. 대부분 그런 시간들은 가장 중요한 일을 앞둔 상태에서 찾아와 무기력에 처넣는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를 알고 있지만,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수록 깊숙이 끌려내려 간다. 지쳤을 때 음식과 잠을 선택하곤 한다. 술과 담배에 의존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간혹 조절이 안될 때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계속해서 음식을 찾는다. 나는 왜 이러는 걸까라고 한탄하며 부른 배를 감싸고 잠에 든다.
지쳤을 때 해야 할 건 결국 휴식이다. 예전에는 힘든 날에 쉬는 것을 나약하다고 생각했다. 몇 차례 휴식에 기대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합리화일 수 있겠지만, 나는 원래부터 나약한 인간이었다. 난 무슨 근거로 내가 강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걸까? 내가 가장 강할 수 있는 순간은 비로소 내가 나약한 인간임을 깨닫고 인정했을 때였다. 몸에 몇 mm의 쇳조각만 들어와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고 타인의 생각 없는 행동에 상처받는 그런 평범한 인간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최근에도 이런 불안한 시간들을 보낸다. 이런 나도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미운 정으로 살아간다. 아직도 나는 소소한 번아웃, 자기혐오, 인정, 그리고 깨달음을 통해 하루를 보낸다. 중요한 일들을 앞둔 시점에 그런 것 같다는 징크스적인 말도 안 하려 한다. 나의 삶에 중요하지 않은 날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