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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 사용법

아픈 날

남보다 나를 챙겨야 하는 날

by 아론

며칠 전부터 주변의 시선이나 예의 없는 말들에 부쩍 예민해졌다. 신경과민이나 피해망상의 일종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르다 목에 조금씩 이질감이 느껴졌다. 조금씩 두통과 오한이 오더니 목감기에 걸려버렸다. 평소라면 무시하거나 넘어갔을 문제들에 쉽게 상처받는 것에 조금 놀라기도 했던 터라 마음이 먼저 몸의 이상을 알려주려 했던 건 아닐까 싶다.


잠시 후배에게 부탁하고 사내병원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마른기침과 찡그린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 끝열에 앉아 30분 만에 의사 선생님을 뵙고 1분 만에 나왔다. 진료는 명쾌했고 약도 잘 들었다. 다만, 그 병원에서 있는 동안 아픈 사람들의 어투에 관심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픔을 호소하듯 따지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환자들에게 능숙하지만 낮은 자세로 일관하는 간호사분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하다 나의 진료는 끝이 났다.


서로 간의 무례함도 총량이 있다고 느꼈다. 무례하게 시작하면 상대방은 정중한 저자세로 받아들인다. 먼저 성내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간호사분은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한 손으로 던지듯 진단서를 주는 바람에 엉거주춤하게 받아 머쓱해하는 환자분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정중한 대우를 위해 언성을 높여야만 하는 걸까.


마음이 상했을 간호사분께 해드릴 수 있는 일은 환자답게 진료받고 환자답게 문을 나서는 것이었다. 끝에는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정도로는 그분의 상처에 연고조차 발라드릴 수 없겠지만 덧나지는 않게 했을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고객이나 유관부서와의 통화에서 바라는 건 당연한 것들이기에 환자로써의 당연한 행동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산타클로스도 아니고 선물을 드리는 건 내 목의 이질감 같은 행동일 테니까.




그런 후 귀가한 뒤 마주친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다행히도 약효가 돌아 10만 원짜리 링거는 안 맞기로 했지만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치킨으로 몸을 달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플 때 서러운 건 혼자일 때뿐만이 아니라 아무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럴 때 내가 나를 챙겨주면 서러운 마음 없이 온전히 아픔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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