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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 사용법

아픈 날-2

몸과 마음의 상처는 구분하기 어렵다

by 아론

요즘 몸살기운과 목이 칼칼한 느낌이 짙어져 병원을 찾았다. 2일째까지 단순 약처방만 해주었기에 '몸살감기인가 보다, 시험공부가 하기 싫어 도망치려는 건가, 괘씸하다'라는 생각으로 나를 다그쳤다. 한껏 과민해진 시기라고 느껴져 몸의 이상보다 마음의 이상에 원인을 먼저 찾았다. 목 주변에 근육통도 상당했기에, 사고로 발병한 허리디스크의 영향인가 보다도 싶었다.


그러던 차에, 목에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이상해 검사를 받아보니 A형 독감이었다. 곧바로 의사 선생님이 진단해주지 못하셨음에 원망의 마음도 들었지만 문득 나 자신이 너무 했다는 생각이 나 자신을 관통했다. 진단을 잘못 내린 건 의사 선생님보다 내가 먼저였다.


회사에서 연락드리고 부서원들에 양해를 구한 후 퇴근했다. 로비를 둘러보니 콜록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 역시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가' 끄덕이며 간단한 식사거리를 포장해 집으로 향했다. 멘토님께도 연락을 드리니 목소리가 탁하셔서 혹시? 하는 마음에 말씀을 드리니 비슷한 시기에 독감에 걸리셨다고 하셨다. '환우애 인가?' 하는 마음이 들어 피식하고 마스크 속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부쩍 식사량이 늘고 잠이 늘어 이상하다 느꼈었고, 즉시 해야 할 일들 중 필수적인 일을 제외하고는 다 접어두었다. 5일의 병가동안 나에게 온전한 휴식이 필요했다. 이번 주에 예정된 대학교 기말고사도 있었지만 매일 8시간의 여유는 생긴 셈이니 충분히 쉬어가며 준비하기로 했다. 배우던 것들을 이어가지 못함에 아쉬움도 들었지만, 챙기지 않으면 온전한 정신이 깃들 몸상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좀 더 쓰러져 있기로 했다.




몸과 마음의 상처와 아픔은 구분하기 어렵다. 의사 선생님의 진료 말미에 '가끔 근육통과 목의 칼칼함 정도로 넘어가는 환자분들도 있더라고요' 하는 말씀에 좋은 것인지 물었다. 대답은 간결했다. '아니요' 오히려 구분하기 어렵기에 아플 때는 아파야 한다는 말씀이시리라 생각했다. 최근에 이러저러한 병들이 몸에 자주 생긴다. 나이가 들어감에 기대고도 싶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많기에 더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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