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공기
배려도 강요하면 폭력이 될 수 있다.
다만, 당연한 것들을 바라는 게 어려운 경우는 다르다.
삭막한 공기가 계절을 불문하고 느껴질 때 힘이 빠진다.
일전에 경비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처음 부임한 경비원이었는데, 인사를 드려도 무시하곤 했다.
그러려니 했다,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편이었기에.
사건은 고장 난 컴퓨터를 분리수거하던 날에 일어났다.
본체와 케이블들을 분해해서 버리려고 물으러 갔더니 대뜸
'이천 원.' 하는 말에 '네?' 하고 벙벙한 어안을 붙잡았다.
'안 줄 거예요? 몇 호예요?'라는 말에 이건 아니다 싶었다.
자리를 피한 후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마음 굳게 먹고 들이받기로 했다.
다시 경비실로 찾아가 조목조목 따졌다.
돈을 맡겨놓은 것 마냥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다.
'아 좀, 미안하다니까' 한 마디에 한계가 왔다.
그러다 흘려낸 말에는 그 행동의 힌트가 있었다.
'내가 이천 원 벌겠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돈 때문이었다.
용돈벌이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경비원이 억하심정으로 호실을 물어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리사무실까지 찾아가 항변했다. 이게 말이 되는 행태냐고,
아무리 나이 든 사람이지만 이건 선을 넘는 행동이라고,
관리사무소장과의 짧은 면담도 결국 소득은 없었다.
재발하지 않게 잘 말하겠다는 지켜지지 않을 약속뿐이었다.
처음이라 그랬다는데... 짜증들에는 노련함이 느껴졌는데...
누군가를 하대하기 싫다.
남을 함부로 업신여길 수 있는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다만, 밑바닥을 보여주는 사람을 보면 참기가 힘들다.
얼마 전 쓰레기를 잔뜩 들고 내리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앞에는 그 경비원이 있었고 문이 반쯤 닫힌 상태였지만
'어이쿠, '하는 말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서있었다.
버튼 하나 눌러주는 게 그리 힘들까 싶다.
조금씩 인류애가 고갈되는 느낌에 마음을 닫았다.
삭막한 공기가 계절을 불문하고 느껴질 때 힘이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