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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싫어지는 날-1

by 아론

지난 주말, 문득 '어른들께 연락드려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어머니께 먼저 전화를 드렸다. 급박한 목소리에 울음이 묻어 나왔다. 외할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말씀에 감당할 수 없는 무거움만이 남았다.


얼마 전 화장실에서 넘어지신 뒤로, 말이 어눌해지시다 금요일 새벽에는 베란다에서 깨셨고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끌고 가려했다는 말씀과, 이미 돌아가신 친구분들과 전날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뇌졸중과 중풍, 그리고 치매 증상이 보인다는 의사의 소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의사도 아니었고 보호자도 아니었다. 그저 먼발치에서 가족이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무력한 눈동자가 창 밖을 향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사태가 진정되고, 약이 투약되며 잠시 말씀을 나누었다. 말투가 어눌해지셨고 거동이 힘드신 모습에 온몸의 혈관을 타고 무력감이 주입되었다. 슬픔, 그리고 눈물조차 과분했다.


파업으로 더 큰 병원으로 옮기기도 어렵고, 평일에 되어서야 의사의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CT만으로는 보이지 않아 MRI를 찍어보자는 말에, '한 번에 할 것이지, 본인 가족이어도 그렇게 하나' 등의 울분이 목구멍을 막았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뇌졸중과 중풍은 아니지만, 증세로 봐서는 치매 증상이 우려된다고 한다.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우는 어머니를 달래며 무기력에 무력해져 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와 자료를 보다,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장시간 눈을 뜬 채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저녁이 되었고, 또 내일이 되어야 또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 궁금하면서, 그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살기 참 싫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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