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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즐기지 못한 날의 독백

바보 같은 나를 끌어안으며

by 아론

두렵다. 무척 두렵다. 시작이 아니라는 이유는 시작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유기 때문이겠지.
뭐랄까 너무 어렵다. 어렵다. 너무 두렵고 도망치고 싶지만 사실 도망쳐도 마땅하게 갈 곳이 없다.


도망쳐서 더 좋은 곳이 나온다면 가겠지만 나쁜 곳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더 힘들다.
갈 곳이 없다. 사지에 몰려 있다. 진짜 너무 힘들어서 노는 시간마저 즐기는 게 잘 안 된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놀 수 있는 시간 중이었음에도 온전하게 놀지 못했다.


왜일까? 지금 내가 왜 여기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생각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은 내가 부럽다고 하는데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바득바득 열심히 사는데 잘 살고 있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까지 이룬 것들이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던 과거의 영광들은 다 사라져 간다. 기쁘고 즐거웠던 순간에도 슬프고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고 싶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서 행복함을 느끼는지 않기에, 어쩔 때는 난 이렇게 사는데 왜 저 사람들은 저러고 살까에 대한 뭐랄까,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술자리가 끝나가게 되면 온전히 취하지 못한다. 집에 가기가 참 두려워서 한 바퀴 동네를 돌면서 뭔가 좋은 일이 안 생기나 하며 배회한다. 역시나 마땅히 뭐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그냥 좀, 생각을 정리하고 들어가고 싶다. 항상 생각이 많다. 잡생각이 너무 많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기도 하다.


언제고 난 힘들어 지칠 수 있다. 그 지침이 다만 계속해서 하는 기간에는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적당한 계획을 세워서 열심히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다독인다. 결국에는 다시 가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저 하기 싫어서 자주 지치고 쓰러져 낭비하는 시간을 보내왔다.


내년과 올해의 마지막은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내보자. 일단 계획대로 하면서, 와중에 명상이나 적절한 쉬는 시간들을 가져보자. 솔직하게, 올해에는 창피하게 시험을 본 것도 있었고 내년에는 꼭 해야 되는 것들이 있다. 미끄러진 계획 속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한테 시간이 조금 더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엔 해보는 수밖에 없다. 아득바득하고 나서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안 되기 전에 좀 해보자.

결국엔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일단 해보자. 그냥 잡생각 말고 해 보자.


작년에도 열심히 살았고 올해도 열심히 살았고 그래, 그 부끄러운 과거들도 다 열심히 해왔다. 잘했다. 그래서 지금 뭐 나빠진 게 없지 않은가.


매년 어렵다. 매년 위기다. 다만, 위기인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진짜 위기다. 그런 위기가 오지 않도록 일단 하자. 결국엔 그 수많은 자기 개발서와 동기부여 그런 영상들이 끝끝내 하는 말은 '해야 한다.'이다.


'이런 사람은 이렇게까지 하더라. 그런 거에 감동을 받았더라. 너희들도 감동을 받아봐라. 그런 감동을 갖고 열심히 해라. 사실 중요한 건 중요한 건 중요한 건 그냥 하는 거다.'라는 말들의 반복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는 거다. 일단 집에 가자. 집에 가서 씻고 마무리하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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